괜한 짜증에 의욕도 없고... 사춘기땐 다 그래?

기타 교육정보 2011/04/23 15:50 Posted by Ms.SSAM_

ㆍ무력·허무감 등 전형적
ㆍ겉모습만 파악해선 안돼 전문가에게 듣는 청소년 ‘가면 우울증’ 증세와 대처법


청소년의 우울증 증상은 대부분 ‘가면 우울증’으로 나타난다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 있는 것도 모른 채 내면 깊숙이 틀어박혀 겉으로는 천의 얼굴로 변신한다. 정작 이들이 전문가 상담을 받거나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되는 때는 증세가 심각해져 무단결석, 가출, 약물남용, 이성 간의 혼숙 등 비행을 저지르고 나서인 경우가 많다.

최근 카이스트(KAIST) 학생 자살 사건 등을 계기로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돌봄치유 전문가인 서울 면목고 송형호 교사가 말하는 청소년 우울증의 증세와 대처 방법을 소개한다.

“제가 왜 이럴까요? 요즘 짜증이 집에까지 미칩니다. 주위의 기대가 부담이었던 제가 탈출하려는 걸까요? 친구에게 이런 얘기를 살짝 털어놓으면 모두 사춘기라며 웃어넘깁니다. 사춘기면 모두 저와 같은 시간을 겪었을까요? 어떻게 저렇게 다들 태연한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지금 제 주위엔 온통 혼돈투성이입니다. 저도 제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학 온 어느 학생으로부터 송 교사가 받았던 편지다.

청소년들의 우울증은 부모의 기대에 대한 부담, 성적하락에 대한 죄책감, 자기 비난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생겨난다. 최근 자살한 카이스트 학생들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고1 남학생인 영수(가명)와 중3 여학생인 진희(가명)는 현재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심각한 증세의 가면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중이다. 영수는 중학교에 진학한 뒤부터 고교입시에 대한 압박으로 시험기간만 되면 피곤하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고교에 진학한 뒤 영수는 무단 결석, 본드 흡입 등의 비행을 저지른 뒤 학교에서 정학과 체벌을 받자 아예 가출을 했다.

진희는 부모님이 이혼한 후 친척 집에 맡겨졌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진희는 중3이 되자 가출을 했다. 마약중독 상태로 이성과 혼숙을 하기도 했다. 영수와 진희는 무력감, 허무감 등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지만, 정신과 전문의 상담 결과 극심한 우울증으로 진단됐다.

청소년의 행동은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수업중 늘 잠을 자거나 단골 지각을 한다고 해서 ‘게으른 아이’라고 무작정 혼을 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춘기 땐 다 그래”라고 쉽게 넘기지 말고,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한 뒤 그 이면에 숨은 우울의 색깔을 잘 판별해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은 빨리 발견할수록 간단하게 치료가 될 수 있다.

우선 자녀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부모와 십대사이> 등 청소년의 심리상태를 잘 분석해 놓은 좋은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녀를 이해하는 학습훈련을 해야 한다. 청소년 우울증은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극도의 고독과 외로움에서 출발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잘 읽고 좋은 친구가 되어줄 필요가 있다. 맞장구치기 훈련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의 목소리가 상대방에게 자신과 비슷하게 들린다면 그는 무의식적으로 당신에게 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는 자녀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특징, 성량, 속도 등을 의식적으로 잘 들어본 뒤 비슷한 패턴을 익히도록 노력한다. 꾸중이 아닌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

송 교사가 맡은 학급에 아버지가 없는 한부모 가족의 자녀가 있었다. 이 아이는 무슨 말만 하면 “신경쓰기 귀찮아요. 내버려두세요”라는 말만 했다. 송 교사는 아이에게 억지로 수업 참여를 강요하지 않았지만 대신 아이의 개선된 행동이 하나씩 보일 때마다 그야말로 집요하게 매일같이 휴대폰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이듬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이후에도 송 교사에게 문자를 보낸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제가 선생님께 못되게 군 것 같아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병원 치료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단지각과 조퇴를 하던 아이가 있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진학이 어려워질 것 같아 송 교사는 학부모 면담을 청했다. 그 학생은 우울증 검사 결과 학급에서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온 아이였다. 송 교사는 부모에게 병원진단을 권했다. 다행히 아이는 병원 치료를 시작했고, 송 교사는 다른 동료 교사들에게 “아이가 치료중이라 수업중에 조는 현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아이는 약물치료 후 급격히 변화했다. 지난 중간고사보다 점수가 18점이나 올랐다. 송 교사는 “병원치료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조기에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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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와 소통에 도움되는 책들 
 
<리틀 몬스터 -교수가 된 ADHD 소년 이야기> 로버트 저겐 ADHD장애 극복 성공기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ADHD) 아였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ADHD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ADHD를 갖고도 어떻게 하면 행복과 성공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제시해준다.
 
<부모와 십대사이> 하임 기트너 10대와 ‘평화’롭게 지내는 법
원치 않는 배려와 충고를 받으면 10대들은 짜증을 낸다. 도움을 주면 간섭한다고, 관심을 보이면 어린애 취급을 한다고, 조언을 하면 지시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10대 자녀를 둔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평화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깨지기 쉬운 깨지지 않을> 김혜진 외 평범한 아이들도 문제는 있다
이 책은 평범한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살고 싶은 마음과 죽고 싶은 마음이 반반인 홍홍, 수학 문제의 답보다 대학에 가야 할 이유를 찾고 싶은 재삼, 대학에 갈 수 없는 연저 등 그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아프면서도 웃기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화> 틱 낫한 마음속 화의 근원은 무얼까
단골 지각의 이유는 게으름이 아니라 아침에 눈뜨기 싫은 마음의 화일 수도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불만과 걱정을 담은 채 산며 스스로를 달래보지만 밑바닥에서 활활 타오르는 화까지 씻어낼 수는 없다. 이 책은 화의 근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풀 수 있는지 도와준다.
 
<행복을 훔치는 도둑 우울증> 아르네 레폴, 토르실 베르게 우울증은 극복할 수 있는것
노르웨이의 저명한 임상심리학자가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증의 개념과 대처법, 극복방법과 재발 방지법에 관해 소개한다. 우울증의 증상과 원인, 우울증세를 극복하는 법, 슬픔과 삶에 대한 생각 등으로 구성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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